나의 소비이야기

골프에 대한 단상 - 스크린 골프

작가상비군 2024. 12. 9. 11:18

 

나에게 골프라는 스포츠를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

운동인가?

레저인가?

관계의 도구인가?

 

골프,

통상 관심이 있고 하고 싶어서 

자신의 의지로 시작하는 사람의 경우

연습장을 찾고

레슨을 받으며

스크린골프를 통해 경험과 재미를 확장하는 것이

초기 모습일 것이다.

그러다가 주변의 누군가가 이끌어 주면

이른 바 *머리를 올리게 된다.

*머리 올리다: 처음 필드에 나가는 것

 

그렇게 접근하고

자신의 시간적, 경제적 여건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필드를 나가며 골프생활을 즐길 것이다.

 

나에게 골프는

회사에서 기회가 생겨 시작했다.

시작부터 필드로 나갔다.

레슨을 받은 적도 없다.

(정확하게는 연습장에 몇번가서

 후배가 기본자세와 그립 등을 알려 준 것이 전부다)

 

기본적인 운동신경은 있어서

어떤 운동이든

초보시기에 흉내내는 것에 감각이 있기는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알았다.

골프는 운동신경이 절대적이진 않다는 것을.

 

아뭏든

필드를 그렇게 쉽고 빠르게 나갈 수 있는 건 나름 복이다.

그 뒤로도 필드를 나가면서

구력을 늘려나갔을 뿐

발전을 위해 투자하지는 않았다.

이유는?

필드를 나가는 것이 내가 계획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언제 또 나갈지 알 수 없고

지속될 것이라는 확신도 없었다.

게다가 당시에는 30대 월급쟁이기에

개인능력으로 취미를 삼을만큼

만만한 비용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내가 너무 좋아서 그냥 열심히 해야겠다는 끌림이

생긴 것도 아니었다.

그러니 비싼 장비구입이나

레슨에 돈과 시간을 투입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세월이 많이 지났다.

어쩌다 보니 그래도 1년에 몇번 정도는

필드에 나갔다.

회사에서 직급도 올라가다 보니

몇몇 해는 꽤 많이 나간 적도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최소한의 지출만 하면서

수동적인 레저 및 관계의 도구로만

유지했다.

 

회사를 떠나고 나니

이제는 더욱 기회가 없다.

하지만

완전하게 놓을 수도 없다.

왜?

 

나이가 들어서도

할 수만 있다면

즐기기 좋은 레저스포츠,

 

나에게 마구 매력적이서

흠뻑 빠져드는 건 아니지만

막상 하면 재미는 있는 것,

 

여전히 친한 이들과

가끔은 함께 즐기는 것.

 

이러니 최소한 현상유지는 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손을 놓지 않는다.

그러면 지금의 나는 골프를

어떻게 즐기고 있나?

 

뒤늦게나마 스크린골프를 활용한다. 

필드 나가는 것을 대신하는 목적이 아니라

연습장을 대신하는 목적이다.

 

평일 오전에는

1게임 11,000원, 2게임 22,000원

한번 가서 두게임씩 격주 1회 즐기면

월 44,000원

 

그냥 연습장 가서 공 하나라도 더 치려고

휘두르는 것보다

훨씬 편안하고 여유롭다.

심지어 좋아하는 커피도 무료로 맘껏 즐길 수 있다.

 

화면이기는 하지만

다양한 골프cc를 선택해서 간접경험하고

스윙분석과

앱을 통한 기록관리도 가능하다.

여러모로 연습과 레저로서의

충분한 시간을 제공받는다.

 

'뭐, 이러다가 어쩌다가

필드 나갈 기회가 생기면

좀 더 집중적으로 방문해서 연습하고

그렇지 않을 때는

여러 달 쉬기도 하는거지.'

이런 마인드로 골프생활을 유지한다.

 

나는 골프인인가? ㅎㅎㅎ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