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변가요제를 떠올린다]
88올림픽으로 대한민국이 떠들썩 하던 그 해,
그 해에도 올림픽에 한달 앞서 강변가요제는 빠지지 않고 열렸다.
1979년 시작된 강변가요제, 해마다 남이섬 또는 춘천 중도에서 개최되었고 대학가요제와 더불어 가장 권위있는 신인들의 등용문이 되었던 축제였다.
1988년, 지금도 당시 강변가요제를 지켜보던 내 모습이 기억난다. 그리고 기억하는 노래가 있다. '비오는 오후', 가수는 박성신. 그 해의 대상은 ‘담다디’를 부른 이상은, 금상은 ‘슬픈그림 같은 사랑’을 부른 이상우였다. 두 가수는 이후 스타의 반열에 오를 만큼 많은 히트곡을 냈고 꾸준한 사랑도 받았다. 지금 여전히 활동을 하고 있기도 하다. 반면 박성신이란 이름의 가수는 이제 세상에 없다.
대회를 TV로 지켜보면서 ‘비 오는 오후’ 라는 곡을 부른 박성신의 대상을 점쳤다. 파격적인 등장의 이상은이 강력한 대항마가 될 것이라 생각은 했지만 세련된 발라드에 정통파 가창력을 보여준 박성신 쪽에 조금 더 점수를 주었다. 결과는 장려상 수상, 그리고 높은 상은 못 주었지만 실력만큼은 인정한 듯 가창상이 추가로 주어졌다. 두개의 상을 받음으로써 조금은 위안이 되었을까?
박성신 님은 이후 ‘한번만 더’라는 곡으로 인기를 얻었고 이름을 알렸다. 이 곡은 이승기, 나얼의 리메이크로 2000년대 이후로도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녀는 2014년 46세의 젊은 나이에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한번만 더’라는 히트곡이 있지만 나에게는 ‘비오는 오후’에 대한 기억이 더 강렬하게 남아있다. 1988년, 이전과 이후 개최된 강변가요제에서 많은 대형가수와 히트곡들이 나왔지만 대회에 대한 관심과 흥행은 이 떄가 정점이었다고 감히 이야기할 수 있다. 그리고 당시 아쉬운 수상과 이후 충분한 생을 살아가지 못한 한 가수가 불렀던 ‘비오는 오후’라는 곡을 기억한다. 라디오에서도 잘 나오지 않는 곡이기에 가끔씩 일부러 찾아서 듣곤 한다. 여자 아이돌 그룹의 메인보컬 중 한 사람의 리메이크곡으로 재탄생해서 드라마 삽입곡으로 쓰여져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올림픽개최, 굴렁쇠를 굴리던 소년, 마스코트 호돌이, 세계4위의 성적과 감동이 기억되는 그 해. 강변가요제의 점점으로 기억하는 그 떄, 중학생던 나의 학생으로서의 별다른 이벤트는 떠오르지 않는다.
"기억은 가장 강력한 사건으로 남는 것인가 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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