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의 이야기로 완성하는 짧은 에세이/10곡의 노래로 기억하는 그 시절 이야기

10곡의 노래로 기억하는 그 시절 이야기(4) - 마지막 인사

작가상비군 2024. 9. 19. 23:42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지난 주 대학입시 수시원서 접수가 마감되었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살아보니까 맞는 말이다.

 

1980년대 중후반 성적에 대한 압박과 대학입시에 대한 스트레스로 학생들이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일들이 종종 뉴스로 장식되곤 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이는 사회적문제로 대두되었다.
지금과 달리 한 학급 학생수는 60~70, 한 해 대학입시 응시자 수는 재수생포함 70-80만명, 최대 1백만명을 넘길 정도로 학생 수가 많았고 당연히 경쟁이 심했다. 이러한 입시지옥의 분위기를 안타까워하듯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라는 영화가 1989년에 개봉했고 큰 관심을 받았다. 이미연, 김보성(당시 이름은 허 석), 김민종 님이 신인으로서 주인공을 맡았다. 그리고 영화음악은 산울림의 김창완 님이 담당했다.

 

영화의 메인테마로 흘러나오는 노래가 있다. 제목은 마지막인사

 

내가 웃는 모습을 보여줄게. 너도 웃으며 나를 봐.
내가 우는 모습을 보인대도 웃으며 안아줘.”

 

김창완 님의 구슬픈 음색과 멜로디가 이 가사와 어우러져 슬픔과 안타까움을 극대화 시킨다. 그리고 당시 실제 고등학생이던 이미연님의 정말이지 너무나도 예쁜 그 얼굴에 담긴 슬픔이 10대의 나이이자 학생신분이었던 내게 더욱 깊고 현실감 있게 다가왔었다. (개봉하자마자 강남역 옛 '동아극장'으로 달려가서 영화를 봤다.)

 

학업과 성적압박에 괴로워하다 스스로 세상을 등진 학생들은 80년대 이전에도 이후에도 계속 있어왔지만 시대를 막론하고 참으로 비통한 일이라는 표현 외에는 할 말이 없다. 영화가 개봉된 그 시점이 어쩌면 이러한 현상의 정점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마지막인사
이 노래는 오래전 영화의 ost이고, 히트곡이 많은 산울림 김창완 님이 무대에서 이 곡을 부를 만한 기회는 영화가 개봉된 해를 제외하면 별로 없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니 2000년대 이후 세대들에게는 아주 낯선 곡일 수 있겠다.

하지만 나에게는 문득문득 생각나는 노래다. 산울림 노래 중에서 좋아하는 곡이기도 하다. 그래서 이 노래를 찾아서 들으면 그 당시의 시대상이 떠오른다. 우습게도 슬픈멜로디와 영화의 에피소드 속에서 느끼는  슬픈 시대상 보다 충격적으로 예뻤던 이미연 님의 등장이 더 강렬하게 기억되는 건 어떻게 이야기 해야 할까?

 

지금도 여전히 경쟁은 존재하지만 환경과 제도의 변화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성숙도가 높아져서일까 성적압박에 따른 비극적 소식은 그 때만큼 잘 들려오지 않는다. 그나마 다행이다. (또 다른 형태의 고통이 주는 비극이 늘어나 안타까움을 더하기는 하지만)

 

그 뒤로 30년이 넘게 살아왔다. 살아보니 정말이지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다. 
무엇이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빨리 찾고 그 일에 정성과 노력을 더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행복한 순간이 늘어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