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짝사랑 연예인]
1984년 한해를 흔들었던 최고인기가요는 단연 ‘J에게’ 이다.
그 해 여름 강변가요제 대상곡이었던 ‘J에게’와 노래를 부른 이선희님의 등장은 가요계에는 메가히트송과 대형신인의 탄생이었고, 나에게는 오랫동안 좋아하게 될 최애 연예인과의 만남이 되었다. 사진을 모으고 코팅해서 가지고 다니며 앨범에 있는 노래를 줄줄 외우고 다녔다. 노래를 듣고 사진을 볼 때마다 행복해하는 그 시절 팬의 모습이 되었고, 처음으로 이성에 대한 콩닥콩닥한 감정도 생겨났었다.
그 해 나는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 4학년이었다.
초등 4학년, 그 해가 나에게 주는 의미는 남달리 잦았던 전학생활을 마감했다는 것이다. 초등 3학년 때에만 4개의 학교를 거칠 정도로 집은 이사를 자주 했다. 4학년 떄에 마지막 전학을 한번 더 함으로써 내가 다닌 초등학교는 총 7개가 되었다. 그리고 4학년 이후 고등학교 졸업까지 더 이상의 이사와 전학은 없었다.
J에게는 지금 들어도 질린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내 안에 남은 명곡이다. 전주만으로도 심장이 먼저 반응한다. 20살의 이선희님이 진지하게 부르는 음색과 모습은 초등학교 4학년이던 나에게 충분한 설렘을 주었고, 10살이나 많은 가수누나를 보며 짝사랑 감정도 처음 싹 틔웠다.
그리고 이 글을 쓰고 있는 2024년 지금, 난 여전히 이선희님의 팬이다.
1984년, 그 해가 내게 준 또 하나의 첫 경험이 있다.
바로 올림픽이다. 올림픽이란 거대 스포츠이벤트를 처음 알게 되었고 스포츠가 주는 애국심의 감동을 밤낮없이 응원하면서 처음 느꼈다. 올림픽은 미국 LA에서 열렸고, 독수리 ‘쌤’이 마스코트였다. 당시는 미국과 소련의 냉전시대였다. 앞서 1980년 소련의 모스크바에서 개최된 올림픽에는 미국과 서독이 불참했고, 1984년 미국 LA올림픽에는 소련과 동독이 불참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시대가 있었고 그 시대는 내 기억과 경험 속에도 있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다. 그 다음 대회가 대한민국 서울에서 개최된 88올림픽이었는데 소련과 동독이 모두 참가하면서 대한민국 올림픽은 당시까지 역대 최대규모가 된 성공적인 올림픽이 되었다. (이 대회에서 대한민국은 소련, 동독, 미국에 이어 세계4위라는 역사적인 성과를 거두었다. 2002 월드컵 4강에 앞서 올림픽 세계4강이라는 성적이 먼저 만들어졌던 것이다.)
J에게,
4막5장이라는 남녀혼성듀엣으로 1984년 강변가요제에서 대상을 받은 곡, 이후 이선희님은 동그란테의 안경과 바지를 입은 정장패션으로 내 인생에 들어왔다. 지금도 가끔씩 라디오에서 J에게가 들려오면 난 그 때로 시간여행을 떠난다. 내 인생 연예인을 만났고 올림픽이란 세계적인 이벤트를 처음 알게 되었으며, 잦은 전학생활을 마감하고 정착했던 그 때. 그 때가 그립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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