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의 이야기로 완성하는 짧은 에세이/10곡의 노래로 기억하는 그 시절 이야기

10곡의 노래로 기억하는 그 시절 이야기(1) -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

작가상비군 2024. 9. 12. 11:02

 현철과 벌뗴들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 3학년 시절은 나에게 특별한 한 해였다. 집안에 변화가 있던 시기여서 전학을 많이 했다. 

그 1년동안 무려 4곳의 학교를 거쳤다. 우스개로 그떄는 시험한번 안 봐서 좋았다고 말하곤 한다. 전학다니기 바빴으니까.

4곳의 학교 중 신길동에서 봉천동까지 버스를 갈아타며 등하교를 하던 때가 있었다.
겨우 3개월 정도의 기간이었는데 나에게는 추억이 되었는지 아직 당시의 버스번호도 기억한다.

98번, 그리고 122번 버스.

지금 그 또래의 아이들을 보면서 생각한다.

‘이런 어린 나이에 혼자 버스를 갈아타며 행정구역을 건너(신길동에서 봉천동으로) 학교를 다녔다니 내가 참 기특했구나’

 

매일 다니던 등하굣길에 자주 들려오던 노래가 있다.

98번 버스에서는 이동기님의 논개, 122번 버스에서는 현 철님의 앉으나서나 당신 생각이었다.
라디오에서 나오는 음악이니 실제로는 다른 노래가 더 많이 나왔을 수도 있지만 내게는 그 두 곡이 강렬하게 남았다. 매일 들었던 것처럼 느꼈다.

지금에 와서 보니 아침 7시대와 점심 12시대에는 라디오채널마다 전통적으로 가요프로그램이 방송하는데 등하교시간과 맞아 떨어진 그 시간에 버스기사님들이 그 라디오방송을 자주 틀었던 것이다. 

두 곡 중에서 나는 앉으나서나 당신 생각을 좋아했다. 초등 3학년생이 뭘 느껴서 좋아했는지는 모르겠다. 멜로디가 좋아서였을 것이라 추정한다.  그 때 이후로 지금까지도 이 곡을 좋아한다.
멜로디와 가사, 그리고 현 철님의 특유의 음색과 무명의 시간들이 하나로 합쳐지면서 애절함과 진솔함이 잘 전해진다.

 

잠시 이 노래를 부른 현 철님을 짚어 봐야겠다. 현 철님은 이 노래를 시작으로 기나긴 무명의 터널을 벗어났다. 이후로 연속된 히트곡 발표, 연말 가요대상 대상 수상까지 전성기를 누렸다. 컬러TV시대 이후 지금의 새로운 트롯전성기까지 40년의 과정에서 훌륭한 선배 역할을 하신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그 분이 올해(지난 7월) 세상을 떠나셨다.
영결식에서 후배가수 박구윤님이 눈물로 이 노래 -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 - 를 바치기도 했다.

 

1983,

대한민국 청소년축구대표팀이 세계4강에 오르며 2002 한일월드컵 4강만큼의 흥분을 국민들에게 주었고,

신인가수 정수라님의 애국심이 고취되는 히트곡 아 대한민국이 방방곡곡에서 흘러나왔다.
나에겐 초등학교 4곳을 옮겨 다닌 기록적인 한 해였으며, 어린 나이에 버스를 갈아타며 등하교도 했던 시간이었다.

 

지금도 가끔 이 노래를 찾아서 듣는다.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을 들으면 난 언제든지 시간여행을 한다.

1983년, 서울 신길동과 봉천동 사이 어딘가를 오가던 122번 버스 안 초등 3학년생 그떄로.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