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틴(routine), 이제는 익숙해져서 일상어가 된 영어다.
사용에 따라 묘한 어감차이가 있다.
'루틴이 있는 삶' 이라고 말하면 뭔가 안정적이고 규칙적인 모습이 떠오르는 긍정적인 어감,
'루틴한 삶' 이라고 말하면 어딘지 모르게 지루하고 변화가 없는 부정적인 어감
사람의 속성일까?
일정한 시간에 출퇴근을 하는 직장인들은 보다 폭넓게 활용가능한 시간에 대한 갈망이 있다.
그들에겐 출퇴근 자체가 거대한 루틴이기 때문에 주중에는 그 틀 안에서만 움직여야 한다.
그래서 자유로운 직종의 사람들을 보면 부러움을 느끼기도 한다.
반면에 조직에 속하지 않은 자유직종에 있는 이들은 정해진 시간, 주어진 업무, 그리고 일정한 급여를 받는 직장인들을 동경할 떄가 있다. 그들의 거대한 루틴이 안정적으로 다가 오기때문일 것이다.
단순히 내가 가지지 못한 삶에 대한 부러움이라고 단정짓기에는 루틴은 다양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하루의 삶에 루틴이 많으면 생각과 고민으로 흘려보내는 시간을 줄여준다.
눈을 뜨면 정해진 루틴대로 움직이면 된다.
흔히 말하는 '갓생' 사는 사람들은 시간소모를 최소화 하면서 하루를 꽉 채워 보내는 이들을 말하는데 그들은 대체로 다양한 루틴을 가지고 있다.
루틴이 시간소모를 줄여주기는 하지만 때로는 루틴자체가 시간소모가 되기도 한다.
'내가 이걸 왜 하고 있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오래 해오다 보니 반복적인 일상이 따분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 않아도 그 하루에 아무 문제가 없는 경우도 많이 있다.
난 몇년 전 거대한 루틴에서 벗어나는 선택을 했다.
그리고 매일의 시간을 창의적으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내 삶을 변화시키고 싶었다.
그런데 지금의 난 또 다시 루틴을 하나 둘 만들어 가려 하고 있다.
꾸준함과 일정함이라는 것이 만들어내는 성과가 있다.
일상적인 활동이 주는 편안함과 안정감 또한 분명히 있다.
그리고 루틴하게 하는 무언가가 없을 때 내 스스로가 불성실하다고 느끼는 마음 속 불편함이 있다.
매일매일 새로움을 계획하고 실천하는 것이 솔직히 어렵다.
밤에 잠들기 전에 생각한 내일 아침은 막상 일어나서 만나게 되는 아침과 다른 컨디션일 때가 자주 있다.
이럴 땐 하루의 시작부터 계획이 어긋난다.
루틴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는 순간이다.
아직 헷갈린다.
루틴이 많은 것이 좋은지 루틴없는 백지 상태로 창의적이거나 즉흥적인 활동을 하는 것이 좋은 건지.
내 마음과 내 이성이 조금은 다른 판단을 하는 것 같다.
어쨌든 난 직장인이라는, 회사원이라는 대단히 포괄적인 직업과 내 소개로부터 멀어졌다.
계속 이야기 하는 거대루틴에서 벗어나 있는 것이다.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들고 있지만 여전히 그의 속도를 온전히 따라잡지는 못하겠다.
이른바 적당한 루틴은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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